FOOD/Bon appetit2011. 2. 2. 16:12

아침이고 뭐고 늘어져 자고 일어났더니 배가 슬슬 고파진다.
어디로 갈까..고민 하다가 아침엔 역시 한식이지!!라며 서지초가뜰을 검색했다.
다음맵에선 30분 걸린다고 해서 지레 겁먹었는데 10분만에 도착해서 뭔가 허무해졌다는;;;
그치만 꼬불꼬불 산길은 진심 의외였다. 여기 뭐가 있다는거야...


서지초가뜰 바로 앞엔 눈이 녹지 않은 넓은 논이 펼쳐져있었다.


그리고 뒷쪽엔 크고 높은 소나무숲이 있었다.
서로를 의지해가며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12시 즈음 왔을 때 마치 문을 닫은 듯한 모습에 우왕좌왕했었다.
입구를 찾지 못하는 마법에 걸린 이번 여행에선 입구를 한번에 찾은 적이 없었다.


현판이 있는 곳으로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방이 있다.
강릉 전통음식 지정농가라고 하였다.


12시가 넘자마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 온 모습은 영락없는 한옥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나무살이 다 보이는 천장과 전통문양이 있는 전등.
마루인지 방인지 모를 이 애매한 공간에 있자니 예전에 살던 한옥집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한지로 발라진 벽엔 서지초가뜰이 매체에 나온 사진과 글들로 빼곡했다.
그 중 가장 크게 붙어 있는 욘사마 사진.
덕분에 일본 사람들도 많이 찾을 것같다. 음식문화도 한류열풍.


단촐하게 메뉴들이 있다.
각각의 차이는 나오는 반찬의 갯수에 있다고 한다.


저기 위에 있는 송죽두견주를 맛보고 싶었으나 해장술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다음을 기약하고 생일상을 주문했다.


독특하게 숭늉이 먼저 나왔다. 
식사 다하고 먹는게 숭늉아니였던가..아마 식전에 속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먼저 주시는듯하다.


숭늉을 따르는 그 순간부터 쉴틈없이 반찬들이 나온다.
입이 떡!! 벌어지는 반찬들!! 지금 부터 시작~


호박이 들어간 떡.
사전조사때 많은 블로그에서 정말 맛있더다던 떡이 요것인가보다.
역시나 폭신폭신 느낌과 보들한 느낌이 질척한 질감의 떡보다 훨씬 좋았다.


집된장과 야채.


시원한 동치미.


각종 나물들.
겨울이라서 그런지 말려서 보관해놓은 오래된 나물들이 무쳐져나왔다.
특별한 간 없이 심심하게 무쳐져 나물 본연의 맛과 향이 너무 좋았다.


고추와 다시마등이 튀겨져 나왔다.


조미료맛이 나지 않는 잡채.
보통 식당에서 나오는 잡채는 후추맛도 강하고 야채 몇 개 들어있는게 다였는데 정말 급이 달랐다.


송이 간장 조림.
약간 짠듯도 하였으나 밥반찬으로 먹기엔 딱.


무우말랭이.


미역무침.


감자조림.


포식혜.
제사를 지내고 남은 포를 모아서 가자미식혜를 하는 것처럼 만든 거라고 했다.
자꾸 손이 가는 묘한 맛.


그리고 감동했던 명이나물. 향이 너무 좋았다.


고추장아찌.


새콤달콤 달래무침.


도토리묵.


강원도에서 많이 먹는 매밀전. 그리고 야채튀김. 진짜 맛있었다.


정말 정말 강추하는 명란젓!!


구수한 시래기국.


경상도 지방에서 제사를 지낼때 문어를 쓴다. 그래서 명절이 참으로 기다려졌는데..
문어를 보니 어릴적 생각이 또 난다.


불고기반찬.


생선구이.


직접담근 배추김치와 총각김치.


두부와 시래기무침.


마지막은 식혜.
달지않고 시원한 식혜가 참 괜찮았다.


카메라에 다 잡히지도 않을 만큼의 한 상.
뭐부터 먹어야 할지 몰라 젓가락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간이 약간 강한듯 하지만 절대 자극적이지 않은 맛의 반찬들로 밥 한그릇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건물옆의 깔끔한 화장실.
한옥의 분위기를 깨지 않는 모습이었다.


옆 마당에 널려있던 호박. 색이 눈이 부시다.


옛생각 물씬나는 우물과 펌프.
예전에 시골에서 살 때 우리집에도 이것과 같은 것이 있었다.


깨진독은 화분이 되어 또 다른 생명에게 보금자리를 내어 주었다.


빈 장독대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마당엔 배용준의 저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중
서지초가뜰에 대한 얘기를 발췌해서 적어놓았다.

시골집에 내려가서 친척들과 오손도손 모여 한상 크게 차려 먹은 따뜻한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식사 후 부른 배는 뒷 동산을 오르며 꺼트리기도 하고..
옛 한옥의 정취와 멋을 느끼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Posted by inmory
TRAVEL/Korea2011. 1. 24. 23:06

작년 연말, 여행환자인 난 몸이 근질근질거리는걸 못참고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가려했다.
겨울에 떠나는 바다여행을 기획했지만 휴가는 미뤄지고 한달이 지나서야 갈 수 있었다.
맛집만 미리 알아보고 떠난 맛여행!! 아니..겨울바다여행;;
출~바알~

여행일정
서울-속초-88생선구이-물치항-강릉 1박-서지초가뜰-테라로사 커피공장-서울


일요일 아침 9시 서울에서 출발해서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12시 정각 속초 중앙시장 부근의 항에 도착했다.
길가에 주차를 하고 항으로 걸어갔다.
이 비릿한 바다냄새~ 바람이 차다.


여기저기 고기잡이 배들에서 내려놓은 그물을 정리하는 손길들이 바쁘다.


오면서 황태덕장을 많이 봤는데 여긴 가자미를 말려놓은 곳이 많았다.
가자미 횟집, 가자미 물회가 있는걸로 봐서 속초에선 가자미가 많이 잡히나 보다.
우럭을 말려 먹으면 그렇게 맛있다던데 가자미는 무슨 맛일까 궁금하다.


덤으로 명태까지. 눈 참 크다.


2층으로 되어있는 곳도있었다. 가자미, 명태, 양미리가 가지런히 널려져있다.
바다바람맞으며 잘 말려진 생선들은 얼마나 맛있을까..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속초의 88생선구이.
12시 정각에 도착하자마자 줄을 섰는데 25분 정도 기다렸다.
밥 먹고 나오니 줄이 줄기는 커녕 저렇게 더 길어졌다.
생선이 구워지는 시간이 있기때문에 테이블 회전이 좀 늦어 앞에 5팀이 있었는데도 25분을 기다렸다.


88생선구이의 생선구이정식.

'88생선구이' 포스팅 보러가기


점심을 먹고 부른 배를 꺼트리고자 주위를 걸어보았다.
탁트인 바다가 아니라서 아쉽긴 했지만 1박 2일에 나와서 더 유명해진 갯배를 타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저 멀리 갯배가 보인다.


갯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들로 갈매기들이 참 많았다.
근데 저기 보이는 청둥오리는 ...주소를 잘못찾았나보다.


갯배를 타고 건너가면 뭐가 있는지 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방송의 힘이란..내가 봤을 땐 자그마한 시장이 다인것 같았는데..
몇 분 되지 않지만 그래도 갯배를 타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도 되고..
챙겨간 손난로를 차에 두고오는 바람에 난 스킵!!


호동이가 먹던 그 순대.
호동이는 세상 모든것을 다 잘먹어요~~~
여기 아바이마을이 있어 아바이순대집이 많다.


1박 2일이 다녀가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렇지만 평이좋지 않아 88로 추천받아서 많이들 간다고 한다.
잠깐의 산책을 마치고 물치항으로 간다.


가장 공들였던 회포장할 맛집찾기!!
대포항은 사기로 많이들 안간다고 하고, 주문진도 가격폭탄 맞기 쉽상이고, 어디를 가야하나..
열심히 찾은 결과 물치항을 추천 받았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차로 10분정도 걸렸다.
작은 회센터여서 저렴하고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1층, 2층 조그만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 호객행위들..대략 우럭 하나, 광어 하나, 가자미 하나, 멍게 두세개 해서 3만원이었다.
우린 우럭 하나, 돔 하나, 멍게 두개, 개불 하나 해서 4만원에 사고 매운탕거리와 매운탕양념, 재료를 5천원에 샀다.
 
'물치항 회센터' 포스팅 보러가기

회뜨는 동안 기다리며 본 창밖풍경.
눈 쌓인 방파제로 파도가 부서진다. 오늘 파도는 좀 높다. 그리고 서울엔 또다시 눈이 온다고한다. 폭설..
추운날씨로 7번 국도를 달리며 바다구경을 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강릉에서 1박.


숙소에서 주는 브런치따위 먹을 생각도 않고 여행에서도 늘어지게 잤다.
난 원래 부지런한 여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눈길에 출근들은 잘 했는지 모르겠다.
강릉 사천항에서 차로 15분정도 달려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서지초가뜰'에 도착했다.


못밥, 질상으로 유명한 (배용준 책에 소개되서 유명세를 더하기도 했다) 서지초가뜰.
마침 생일자가 있어 2만원 짜리 생일상을 먹었다.
간이 강한듯하나 절대 자극적이지 않은 맛. 진짜 간만에 밥같은 밥을 먹었다.

'서지초가뜰' 포스팅 보러가기


서지초가뜰 뒷편에 조옥현가옥이 있다.
여전히 부른 배를 꺼트리려 걸었다.


작은 동산과 대나무밭이 감싸고 있는 오래된 한옥집이다.
난 7살때까지 한옥집에 살았는데 그 때 기억이 참 많이난다.


기웃기웃 안으로 들어간다.
신기한 구조였다. 겉으로 보면 여느 한옥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옥 안에 또 마당이 있었다. 미음자처럼 테두리에 방들이 있고 중앙은 마당으로 비워져있었다.


추운 강원도의 날씨 때문인지 문도 이중으로 되어있었다.
강원도만의 옛집인듯 하다.


처마밑에 못생긴 메주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빈 장독대가 가득 차게 간장, 된장이 될 녀석들이다.


옆 쪽에 또 다른 가옥이 있었다.
뭔가 좀 다른 구조와 재료들로 지어진 집이다.


시래기가 주렁주렁~ 


나무 껍질같은 걸로 만들어진 지붕에 눈이 쌓였다.
겨울 여행의 별미는 뭐니뭐니해도 눈구경. 눈이 와 있었던 덕분에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조옥현 가옥의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동산을 올라가 본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숲에서 잎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날텐데 오늘은 조용하다.


신기하게도 대나무는 가옥을 둘러싸고 있고 동산을 오르면 없어져버린다.
대신 큰 소나무들이 서로서로 의지하며 자라나있다.
산을 내려와 강릉에 왔으니 커피를 맛보러 간다.


서지초가뜰에서 20분정도 달려 테라로사 커피공장에 도착했다.
같이간 친구도 나도 왜 강릉에 커피가 유명한 건지 도무지 몰랐다.
커피거리와 축제까지 있을정도로 강릉의 커피는 유명했다. 도대체 왜??
테라로사를 다녀와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릉에 테라로사나 보헤미안 같은 핸드드립 커피전문점이 생기고 
이 분들로 하여금(특히 보헤미안의 박이추대표:바리스타 1세대) 전국적으로 커피매니아들이 강릉을 찾았다고한다.


깊은 맛과 향이 이제까지 마신 커피는 그냥 커피로 만들었다. 이건 TOP.

'테라로사' 포스팅 보러가기

겨울바다를 보러가잔게 첫번째였으나 여행에 맛집이 빠져서도 안될일!!
철저한 사전 조사로 모든 맛집들은 성공에 이르고..우리의 만족도도 하늘을 찌르게 됐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완벽했던 여행.
간만에 떠난다는 설램과 맘맞는 사람과 조용히 갈 수 있었던게 좋았다.
바다는 역시 동해!!!

Posted by in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