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outheast Asia2010. 8. 15. 23:53

- NEVER MIND -

추억이 너무 많이 스며들어 뭐라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소박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아트 갤러리란 장소 설명에 또 맘이 움직여 들어가게 되었다.
3개월 후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하게 될 줄이야 생각도 못했다.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 무슨 일이 일어나도 never mind 쿨한 성격들,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손내밀며 품어주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들의 인생이 담겨있는 여기가 좋았다.
 

Never Mind 란 이름이 너무 좋다.
Nirvana 앨범에서 따온 이름 처럼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태국의 민족성도 있기도 했지만, 단골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파야오' 아저씨를 기점으로 23명의 아티스트 들이 네버마인드의 주인들이다.
어느 누구든 와서 가게를 보고, 게임을 하고, 친구를 만든다.
매번 모여서 밖에서 술 먹기 힘들어 그냥 삼삼오오 모여 바를 만든 그런 느낌!!
우리도 처음 갔을 때 노이라는 친구가 말을 먼저 걸며 10분도 되지 않아
마치 알고 지낸 친구들처럼 떠들고 사진 찍고 선물을 나누며 친구가 되었다.


모든 인테리어를 직접하고 타이포, 캐릭터, 메뉴판 하나하나 신경 안쓴 부분이 없었다.
간판도 직접 만드는 세심함이 돋보이는 바이다.
이가 안맞아도, 페인드가 벗겨 져도 멋져보이는 테이블. 제각각 다른 의자들.
무엇보다 기후의 영향으로 야외가 아닌 바는 찾아 보기 힘들다는 점.
모든게 내가 꿈꾸는 바와 같았다.


태국 남자들은 참 축구를 좋아한다.
하루 종일 축구만 틀어주는 채널도 있으니, 매일 축구만 보는 스포츠 바나 펍은 왜 없겠는가..
네버마인드도 예외없이 축구를 틀어놓는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지만..
아~주 그런지한 옆집 벽에 스크린을 쏴서 본다. 티비에 나오는 사람 얼굴에 찡쪼가 기어다니기도 하고..ㅎㅎ
월드컵 땐 같이 한국을 응원해 주는 끈끈한 정이 있는 태국이다. 모두들 까올리 따이~~


우리가 가면 자동으로 나오는 기본 셋트 ㅎㅎ
태국의 모든 대형 바에는 맥주 프로모션 걸들이 있다. 리오 걸, 창 걸, 하이네켄 걸 등등
주로 각자 회사의 술을 팔며 서빙을 한다. 그래서 리오가 먹고 싶어도 우기는 바람에 창을 먹기도 하고.. ㅎㅎ
+) 치앙마이에서 살면서 돈 떨어지면 알바로 리오 걸을 하면 어떻겠냐고 노이에게 진지하게 물어봤다.
노이는 나에게 딱 한마디 했다. -Too old.   - ㅜㅠ

대부분 맥주를 1병 씩 시키는 것 보다 3병 씩 시키는게 조금 싸다.
그리고 더운 날씨에 얼음이 없으면 맥주에서 비릿한 맛이 나기 때문에 얼음을 꼭 넣어서 먹는다.
처음엔 이해 할 수 없었으나 한국 와서도 왠지 얼음을 타서 먹고 싶은 중독되는 맛이다.


무엇 보다 네버마인드는 음식이 맛있다.
보통 땐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먹지 않지만 (대부분의 태국인들이 그렇다)
너무 배가 고픈 날이면 이렇게 안주를 시켜 먹는데 대부분의 메뉴가 레스토랑 보다 더 맛있다.
언니 이름이...뭐더라...
애교가 많고 매일 웃는 활달한 요리담당 언니는 청결에 아주 신경을 써서 요리를 해준다.


그리고 이 공간은 갤러리로 쓰는 아주 작은 공간이다.
한 쪽 벽에 작품들을 전시해놓고 팔기도 한다.


요놈은 저녁만 되면 네버마인드에 찾아오는 동네냥이다.
이름도 없는 아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냥이를 반겨 주고, 놀아 주고,
냥이 또한 그걸 알고 매일와서 쓰다듬어 주는 손길을 즐긴다.
유독 냥이들이 달라 붙는 나에게 요놈이 살포시 와서 앉는다. 골골송을 불러주는 동네냥이!!

머물던 겟하 근처에 위치해서 지나가는 길에 친구들이 손을 흔들면 잠시 들려 맥주 한잔 마시고 가기도 하고,
생일이 있거나, 파티가 있거나, 여행담을 들으러 일부러 눌러 앉아 문 닫고서 까지도 놀기도 했다.
예술가들은 미친거나 천재라고나 할까...
여긴 유독 돌+아이들이 많다..ㅎㅎㅎ 그래서 통한걸까...


네버마인드에 있으면 항상 재밌는 일들이 일어난다.
치쿠사에게 치앙마이에서 만난 한국 친구라고 소개받은 분은 알고보니 방콕에서 마주친 사람이었고,
(이 같은 일이 여럿 있은 후 노이는 한국인들은 원래 다 친구인거냐고 물어보었다. ㅎㅎㅎ)
그리고 빠이에 겟하를 가지고 있는 파야오 아저씨는 숙소 제공 약속을 해주셨고,
암파와에서 리조트를 하고 있는 사장님 덕분에 암파와에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또, 밴드하는 친구들이 공연 하는 바, 친구가 운영하는 바, 여러 곳곳의 나이트 라이프에 눈뜨게 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늦은 시간 찾은 네버마인드에선 빙고 게임이 한창이었다.
여러개의 빙고 판에 1~75까지의 숫자중에 25개가 무작위로 적혀있고
술레가 숫자를 뽑아 무조건 한 줄을 완성 시키면 되는 빙고게임이다.


빙고에 참여 하기 위해 빙고 판을 사야한다. 한 판에 5밧.
재미삼아 참여 했는데 2판 만에 내가 이겨버렸다!!
이제까지 딴 돈 중에 젤 큰 45밧. 영광영광!!!

+)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다.
매일 놀러 오는 냥이가 바에 올라가 누워있는걸 보고 쓰담쓰담 하다보니
요놈이 꼬리를 살랑 살랑 거리는거다. 그래서 일단 고양이가 움직여도 게임을 진행하기 쉽게
고양이 본을 떠서 그려놓는다. (나무 바에 그냥 싸인펜으로 그린다;; Never mind.)
그러더니 꼬리를 기준으로 선을 긋고 위쪽엔 업을 아래쪽엔 다운을 쓴다.
꼬리 중앙선에 병뚜껑을 놓고 냥이가 꼬리를 살랑 거릴 때 병뚜껑이 업으로 갈지 다운으로 갈지..
고걸로 돈을 걸고 게임을 한다. ㅎㅎ
신기한게 업 아니면 다운으로 꼭 움직이게 되는 진짜 신기한 냥이 게임이었다!!
돌아이들....ㅎㅎㅎㅎㅎ 어느샌가 나도 빠져 들고 있다. ㅎㅎ


쏭크란의 열기가 고조된 날 정오엔 해자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오후엔 풀장에 가서 수영하고 놀다가
오후 6시쯤 되서 굶주린 배를 잡고 네버마인드에 갔다.


머리를 길게 늘어 뜨린 노이가 보인다.
(어느날인가 똥머리를 한 내 머리를 보더니 그게 무슨 머리냐며 자기 머리정도 되야 멋진거라고 했다;;)
네버마인드 오픈 시간은 6시 30분이지만 명절 아니던가!!
삼삼오오 모여 물놀이를 하느라 일찍부터 문을 열고 놀고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취기가 올라 있기도 했다.
저 위스키 병들... 그리고 우리자리에도 기본세트 맥주가 놓여져있다.


네버마인드가 있는 곳은 차가 두대 지나기도 빠듯한 골목이다.
그렇지만 쏭크란은 어디에서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작은 골목이 집중 공격을 하기 유리하므로 지나가는 사람은 더 괴로운 법!!


윙윙~~
장시간 물놀이로 배가 너무 고파 치킨을 시켰는데
얘네들이 손을 들고 서로 먹어달라고 난리다..ㅎㅎㅎㅎ
걱정마~ 이 언니는 다 먹을 수 있어~


어느 덧 이 작은 골목에도 어둠이 찾아온다.
소박한 네버마인드 앞 풍경이 좋다.
이 작은 곳에 수 많은 추억과 다양한 사람이 머물러 있다.


네버마인드에도 어둠을 밝히는 불이 들어온다.
영업시작!!


여행 전 모스키토 밀크를 사갖고 갔지만
트레킹 후에 다량의 모래가 침투해서 모기약을 바를 때 서걱서걱 소리가 나고 모래가 후두두둑;;;
그래서 모기약 없이 다녔는데 그 때 마다 엄청 물어 주신다.
그 때 노이가 근처 슈퍼에서 요 약을 사다줬다.
우리가 부르길 일명 '융 까이까이' (유딩 태국어다;; 융= 모기, 까이까이=꺼져 치앙마이 방언)
암튼 이 융 까이까이는 향기도 느므 좋고 온몸에 다 바르고도 남는 충분한 양으로 (일회용임에도 불구하고!!)
절대절대 모기가 달려 들지 않는다!!
마트에 가면 맨소래담 같은 통에 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통을 볼 수 있을거다.
두 통이나 쓸 정도로 아주 유용하게 잘썼다.
역시 약은 현지에서 사야 잘 드는 법이다!! 인도에서 우리나라 정로환이 먹히지 않는 것처럼!!


노이 아버지는 노이가 술 마시는 걸 싫어하신단다.
근데 노이는 맨날 취해있다.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네버마인드에서 맥주를 들고 돌아다닌다.
술마시는 것도 싫어하는데 취하면 아버지가 더 싫어하시지 않냐고 물어봤다.
노이는 웃으며 자기가 들어갈 땐 아버지가 주무시니까 괜찮덴다.
자유로운 영혼님이시다. 첨엔 일도 안하는 줄 알았는데 노이가 작업한 디자인을 보고 깜놀했다.
진짜 스카웃 해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잘한다.
그런 노이가 우리 얼굴을 그려주겠단다. 호롱불에 의존하여 슥슥 그려나갔다.
꽤나 날카로운 눈매였으나....결과물은 뉴규~
근데 자꾸 보면 볼 수록 닮은거다!!!! 보면 볼 수록 정이 가는 얼굴로 그려줬다;;


네버마인드에 들어서면 오른 편에 동과 노이의 갤러리가 있다.
볼품 없어 보일지 모를 소박한 갤러리는 동과 노이가 직접 꾸민거라고 했다.
쏭크란 시즌 낮에 쓴 파란색 드럼통과 빨간 우체통이 너무 잘 어울렸다.
이유없이 놓여진 어떤 것이라도 멋진 조화를 이루어 내는 여기가 진짜 예술이다.
이 사진은 여행 중 내가 찍은 사진 베스트에 드는 사진으로 아이폰 배경화면으로 쓰고 있다.


갤러리의 안은 특별날 것 없이 보일지 모르나 섬세하게 신경쓴 표시가 난다.
작품을 전시 할 수 있는 공간은 돋보이게 하기위해 짙은 회색으로 백을 깔아주었다.
빨간색 컬러를 포인트로 쓴 갤러리는 아기자기 하고 키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아무리 많이 사도 100밧이 넘지 않는 신기한 곳이다.


여행 중 노이랑 동 페북으로 네버마인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소주를 받았으니 얼른 치앙마이로 오라고 닥달이었다.
이틀에 한번 씩 언제와??란 문자가 오는거 보니 보고싶다기보다 소주가 먹고 싶었나...보다..
약 한달 뒤에 다시 찾은 네버마인드는 조금 변해 있었다.
 그 사이 다른 작품들을 만들었다.
이쁘게 장식되어 있는 것들을 좀 사겠다고 했더니 또 뚝뚝떼서는 그냥 가지라고 넣어준다.
기껏 받아봤자 20밧 밖에 안받는 친구들이 그냥 고맙다.
이럴 땐 군소리 말고 그냥 받는거라며...
그래서 난 노이와 치쿠사에게 소맥을 가르쳐 주었다..... 괜찮겠지..?


 네버마인드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알게된 일본인 친구들이다.
왼쪽은 케이코 상, 오른쪽은 치쿠사 짱.
윤도현, 김광석을 좋아하는 케이코 상은 태국인 남편을 둔 교수님이다.
항상 단아하고 조용하지만 보디슬램 (태국 유명밴드)만 나오면 소리를 꺅꺅 지른다.
얼마전 혼자서 차 가지고 5시간 떨어진 도시의 콘서트도 다녀왔다며;;;
한국어도 곧잘 써서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그리고 귀여운 치쿠사!! 나보다 3~4살 어린 치쿠사는 NGO에서 일을 하고 있다.
슴옥희 화장에 뽀글머리를 한 치쿠사는 항상 밝고 수다스럽다.
치쿠사와 많이 친해져 있었던 시점, 치쿠사는 갑자기 우리에게 미안하단 말을 했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오래전 일본이 한국에게 한 일을 사과하고 싶다고 했다.
당황한 우리는 예전 일이기도 하고 니가 사과 할 일도, 내가 사과받을 일도 아닌것 같다고 했다.
사과를 할려면 또는 받을렴 그 때 그 사람들이 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그리고 헤어지는 순간 치쿠사는 우리를 공항까지 배웅해줬다.
서로 이런 헤어지는 순간이 싫다고 말하며 촉디카~라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은 굿럭을 대체 할 수 있는 단어가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끝으로 우린 헤어졌다.

Good luck to you.
물론 난 한달 뒤 다시 네버마인드를 찾았고 치쿠사는 반갑다며 안아 주었다.
따뜻한 정이 있는 친구를 만난 네버마인드가 좋다.

+)
이름은 기억 나지 않지만 네버마인드에서 웃고 즐기고 함께 시간을 보낸 모든 친구들이 너무 보고싶다.
내 기억의 최고의 장소. NEVER MIND.

+)
한국에 돌아와서도 친구와 네버마인드 얘기를 자주 한다.
문득 노이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다음날 노이는 어떤 크레이지 걸이 전화를 걸었다며 말한다.
술 취한 크레이지 걸이 전화를 걸었다고 매우 놀려준다.
오늘..노이에게 취업 사실을 알리며 나도 나름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으나..
돌아오는건 .... 한국에선 크레이지 걸도 일을 할 수 있냐고...
555555 웃더니...오프라인...

NEVER MIND!!






Posted by in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