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Southeast Asia2010. 8. 29. 22:18

여러 번 치앙마이를 다녀갔고 우린 그때 마다 같은 숙소에 머물렀다.
자연스레 세븐일레븐 알바생들과 친해지고, 동네 사람들과 안면을 트게 되었다.
그 중 숙소 앞에서 골동품 가게를 하던 톰아저씨가 많이 생각난다.


치앙마이에 와서 처음 숙소앞에서 찍은 사진다.
저기 중간쯤에 위치한 곳이 톰아저씨의 가게이고, 창문 열린 2층 집이 톰아저씨네 집이다.
2층 집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Hey! Hi.' 라고 외치던 톰아저씨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번 지나다녔지만 골동품 가게가 있었단 걸 알기 까진 많은 시간이 걸렸다.
3주가 다되 갈 무렵 숙소로 가던 길에 노이를 만났다.
노이는 톰아저씨와 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둘은 친구라며 노이는 우리에게 톰아저씨를 소개시켜줬다.
톰아저씨는 젊었을 때 태국에서 트래킹 가이드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도 무척이나 잘하셨고, 여행도 좋아하셔서 여러나라를 다니시면서 물건들을 모으셨다고 한다.

가게구경을 해도 되겠냐고 물어봤더니 내 가게처럼 편하게 둘러 보라며 환영해주신다.


그래놓고선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설명을 해주신다.
귀여우셔...ㅎㅎ
마치 우유통 처럼 생긴 저 통은 전등으로 쓰인 거랜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오래 쓰이진 못한 물건이랜다. 이것도 아저씨 보다 나이가 더 들었을거랜다.


젤 위에 놓여진 것은 옛날 태국의 도시락이다.
지금까지도 디자인은 다르지만 저 모양의 도시락을 쓰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3단 도시락 같은 그런 도시락!! 갑자기 전통 술집에서 나오는 양은도시락이 생각난다. ㅎㅎ
화려한 꽃무늬가 인상적이다.


가물가물 하지만.. 유럽 어느 나라에서 가져온 트렁크라고 했다.
나이가 아주 많이 먹은 진짜 가죽 트렁크. 왠지 타이타닉에 들고 탔을 것 같은 트렁크이다.


옛날에 이발 할 때 썼던 바리깡부터 신식 바리깡까지..ㅎㅎ
그리고 다리미까지..
박물관이 따로없다.


그리고 문에 걸려있던 총.
톰아저씨 말로는 총알만 넣으면 진짜 발사되는 총이라고 했다.
저렇게 총구가 긴 총은 어디에 쓰는걸까..


한쪽 벽에는 미국, 영국 국기와 함께 청바지가 걸려있다.
무언가 뜻이 있을 것만 같은 인테리어이다.


맞은편 벽엔 사자와 호랑이가 있다.
왠지 모르게 풉! 웃음짓게 만드는 모형이다.
이런덴 왠지 박제가 있을 것만 같았는데..ㅎㅎㅎ 어린이 대공원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탁자위엔 오래된 카메라들과 자동차 모형들 그리고 라이터들이 있다.
모두다 오래오래 되었다.
그치만 뭐든지 작동은 되고 있다고..
나중에 같이 여행한 언니와 함께 찾았을 때 그 언니는 아주 오래된 라이터를 하나 구입했다.
정말 오래된 지포 라이터는 아직도 작동이 잘 되었고, 언니를 더 멋있게 만들어주었다.


탁자 옆 진열대에 있는 한국 소주잔이 눈에 띄었다.
톰아저씨가 가이드를 할 때 한국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가 고마움의 뜻으로 이 잔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저씨는 한국이 좋다고 말했다.

+)
구경을 끝낸 후 우린 숙소로 돌아가서 만들어 온 선물과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가져왔다.
아저씨에게 선물과 함께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서 드렸다.
아이처럼 기뻐 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한 달 뒤에 다시 찾았을 때,
제일 잘보이는 탁자위에 우리의 선물과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진열되어 있었다.


바닥엔 아주 오래된 성냥들이 있었다.
성냥갑 안에는 오래되어 얇아진 성냥들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저씨의 여행지를 보여 주듯 각 국의 언어로 쓰여진 성냥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공중전화 카드.


그리고 아저씨 시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을 마돈나 언니의 LP.


7~80년대 태국 영화 포스터이다.
포스터 속의 주인공들은 지금 거의 4~50대라고 한다.
이 걸 보며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고..


태국어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이 보고 배웠다는 책이다.
ㄱ '기차', ㄴ '나비', ㄷ '다리' 이런 형식의 책이랜다.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같이 나도 쉽게 태국어를 배울 수 있을것만 같았다.

+)
훗날 톰아저씨는 나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지는 태국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아. 이 책을 가져가서 태국어를 공부해.
나중에 태국에 올 땐 태국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진짜 사고 싶었는데..너무 고마웠다.


노이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톰아저씨를 소개시켜준 노이에게도 고맙다.

하지만 톰아저씨가 노이에게 우리들을 좋은 곳에 데려가서 놀아주라고 하는 바람에...
아마 노이가 살짝 귀찮아 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구경하라던 톰아저씨는 앉아있질 못하고
이것저것 다 꺼내고 심지어 포장을 뜯어 본인이 모은 물건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젊었을 때 여기저기 여행다니며 산 것, 친구들이 직접 만든 공예품, 그리고 친구에게 선물받은 물건들..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아깝고 소중하지만..
지금은 돈이 없기 때문에 팔고 싶다던 아저씨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다음에 올 땐 물건들을 좀 더 골라서 사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 소중히 여겼던 물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가서 또 소중하게 여겨준다면 아저씨도 좋아하실 것 같았다.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준 아저씨. 너무 고맙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태국이 더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Posted by in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