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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1 산토리니 서울 _ 작업실의 고양이
LIFE/Exhibition2011. 4. 11. 16:30

'모든건 고양이로 부터'

그저 고양이라면 좋지..
길냥이 사진작가님의 블로그에 놀러갔다가 발견한 전시회 소식.
주말에 바로 홍대로 갔다. 
 


지나다가 자주 본 파란색의 산토리니 서울 외관.
뭐하는 덴데? 라고 생각은 했지만 홍대앞은 워낙에 별별 일들과 별별 곳들이 많으니..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는데..


계단에 있던 청년한테 꽃도 선물 받고...ㅎㅎ


유럽풍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원한 파란색이 펼쳐진 넓은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의외로 넓구나..


밖에서 봤을 때와 다르게 아주 넓은 공간이 이었다.
작업실의 고양이는 1, 2관에서 전시 중이다.
그치만 저기 작게나마 고양이 미술관도 있으니.. 여긴 고양이 천국이구나~


입구에서 바로 난 1관으로 들어갔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곁에 있을 뿐인데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고양이와 함께 해본 사람이라면 느꼈을 마법 같은 순간이 있다.'
란 말로 시작되는 전시목적.
적극동감이다.


평화의 상징 흰색 비둘기가 날고 있다.
창문을 열어두면 짹짹 참새소리에 귀가 쫑긋해지며 관심을 갖는 고양이들.
그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 떠올라 웃음짓게 된다.

그치만..만나게 하진 마세요 ㅠ 몇일 전에 본 새 잡아먹는 냥이 유툽 동영상이...ㄷㄷㄷㄷㄷ


흰색의 깨끗한 이미지의 비둘기는 어디로 가버린걸까.
어쩌면 길고양이처럼 비둘기도 버려진 음식물을 줏어먹으며 힘들게 살고 있는건 아닐까...
닭둘기를 발로 차지 맙시다 ㅠ


늦은 일요일. 몇몇 가족만이 한가롭게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유명한 전시는 줄서서 우루루 다니게 되서 정말 집중이 안되는데..
시간대가 좋았는지 찾는 사람이 원래 적어서였는지..편안하게 관람 할 수 있었다.


인형작가 이재연 : 어린왕자를 만나다

인형교실에서 부터 시작된 꿈은
기존에 존재했던 동화나 소설에 판타지를 가미해 새로운 형태의 인형을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인형작가를 만들었다.


작가님과 같이 사는 냥이 피비, 조이, 모니카가 배어있는 냥이 인형.
옆의 사진과 닮아있다.
근데..프렌즈 좋아하시나보다..피비, 조이, 모니카...ㅎㅎ 레이첼과 첸들러랑 로스는??!


아무래도 이 냥이는 샴이지 않을까 한다.
귀여운 젤리 발바닥을 들고 있는 인형은 자세히보면 고양이의 특징을 아주 잘 살려내고 있다.
발끝이라던가 뒷발의 근육이라던가...


화가 안미선 : FLYING

겁이 많아 집밖 출입은 엄두도 못 낸 고양이 완두가 안타까워 꽃으로 가득한 이상향을 그린 다음
완두를 그림 속으로 들여보냈다.


세밀화로 생생하게 그리고 직접 자수를 놓은 얇고 투명한 실크를 겹치면
커튼 뒤로 살짝 비친 고양이의 모습을 그린 듯 은은한 그림이 된다고 한다.


너무나도 생생하여 실제 고양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제 완두는 곁에 없지만, 사진 속에 남은 완두는 작가에게 소중한 모델이 되어준다는..
마지막 글귀에 뭔가 마음이 울컥하며 완두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전해졌다.


도예가 조은정 : 고양이 요람 시리즈

초벌구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밑 그림이 완성된 기물을 집으로 가져와 가마에서 구워낸다.
고양이 커뮤니티에서 아주 유명한 작가는 11마리의 고양이와 살기도 하지만
백 수십 마리의 길냥이를 구조해 입양보낸 대모이기도 하다.


유독 검은 고양이의 그림을 많이 그린다고 한다.
까만 얼굴 한가운데 장난스런 눈망울을 반짝반짝 빛내는 고양이가 작가의 분신임을 알 수 있다.


요람에 이렇게 누으시면 됩니다.


날이 더운 여름에 쓰면 아주 좋을 법하다.
그나저나 잘 써줘야 만들 맛도 난다고.. 까르는 새로사준 호박방석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팔아야하는데..;;


화가 성유진 : Untitled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고양이 인간이 인간을 통해 자신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평소 감정을 삼키는 데 익숙했던 작가는 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억눌렸던 감정을 풀어냈다.
내면의 투쟁을 계속 하는 고양이 인간의 모습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강렬한 생명력을 발하는 눈동자다.


대학생 시절 불교미술을 전공했던 작가는 고양이 인간의 눈동자를
만다라 삼아 수많은 선으로 가득 찬 형상을 반복해 그리면서 마음의 평화를 구한다.


마음의 갈등과 투쟁을 매순간 반영하는 고양이 인간은 작가 자신의 마음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도구가 된다.


천 위에 콩테와 오일로 그린 그림에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내면의 투쟁을 통해 찢어진 마음을 다시 붙여 치유한 것만 같은 흔적. 바느질.
고양이의 눈에 빠져들것만 같았다. 나 자신도 치유.
http://www.sungyujin.co.kr/


일러스트레이터 이소주

작가는 지구를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처럼 모든 것에 다 생명이 있고
그들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무생물인 버스나 건물도 자연스럽게 의인화 된다.
세상의 모든 생명뿐 아니라 사물조차도 인간과 동등하게 공존하는 세상,
그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다.
밝고 경쾌한 색감과 의인화 시킨 사물들을 위트있게 풀어놓은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의 칼눈에 전구를 그려넣는 아이디어.


여행의 시작이란 작품이다.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이 여행을 떠나기전 구름위에 뜬 기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나 이 기분 완전 잘 알거 같애 !!! ㅠ


상상특급.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는 특급열차를 타고 상상의 나라로 뿅~
작가는 문래창작촌에 위치한 작업실에 건축 설계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나무집을 지었다고 한다.
상상의 나라속에 다섯 고양이.


도예가 김여옥 : Poppy Cat

사람들이 고양이의 매서운 눈빛을 무서워하는게 안타까웠던 작가는
누구나 친근감을 느낄수 있도록 눈을 감고 사색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만든다.
굳이 눈을 표현하지 않아도 고양이의 몸의 곡선 자체가 워낙 아름답기에 고양이의 실루엣을 부각시킨 것이다.


여기에 창틀이란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과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이
네모난 창 하나에 고스란히 담긴다.


흙으로 빚은 고양이의 곡선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낑낑~ 뒤집어진 뚱냥~ ㅎㅎ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캣

2000년부터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한 작가는 중세 채색 필사본을 보며 장식화의 매력에 매료되었다.
동남아시아와 이슬람권 미술에도 관심이 많다보니 그림에도 이국적인 느낌이 배어나지만
그가 묘사하는 고양이 모델 중에는 유독 한국 토종 고양이가 많다.


세밀화도 이런 세밀화가 없다.
털 하나하나 까지 신중하게 그린 이 한국 토종 냥이.
꽃 장식이 왠지 우리집에 온걸 환영한단 것 같다. 길에서 고생은 잊고 나랑 같이 살자~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그림이다.
곳곳의 숨어있는 고양이들을 찾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비시니안이 무언갈 집중해서 보고있다.
눈이 온 한 겨울 저 문만 통과하면 봄의 언덕이 펼쳐진다.
뒤를 돌아보기만 하면 돼!!


인형작가 권유진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양모의 일종인 모헤어로 앙증맞은 고양이 인형을 만든다.
나라 요시토모의 악동처럼 순진함과 영악한 표정이 공존하는 인형의 표정에 고양이의 미묘한 감정이 담겨 있다.


포근한 느낌의 고양이.
까르를 얼굴에 대고 부비부비하면 느낄 수 있는 그 포근함이 전해진다.
저 뒤에 아메숏 너무 귀엽다.


한국 토종 고양이 삼색이들도 눈에 띈다. 아이라인이 멋지게 됐네.. ㅎ


유독 관심이 가는 작품이라서 조사도 해보고 배워보고도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까르 털을 모아서 만들어도 될듯한데...


조각가 홍경님

그의 초기작에서 고양이 가면을 쓴 어릿광대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나무 사람은
점차 가면을 벗고 맨얼굴을 드러낸다.
마음의 심연에 억눌려 있던 감정은 어느 순간 원초적인 동물의 형상이 되어 나무사람의 몸을 비집고
튀어나온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 무엇'을 상징하는 동물들의 형상은
작가가 천착해 온 주제인 '말의 무게'와 맞닿아 있다.


고양이의 귀를 한 나무 사람의 눈으로 억눌렸던 감정의 물고기가 튀어나온다.


16년간 함께 살았던 고양이 방울이와 사별한 작가의 기억은
갈라진 나무의 상처 어느 틈새에 배어있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미세하게 갈라졌다가도 다시 몸을 추스르는 나무처럼
홍경님의 조각은 상처를 기억하고 스스로 치유해나간다.


초기작인 고양이 가면을 쓴 어릿광대.
가면 뒤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다.


디자이너 박활민 : 삶 고양이

한때 홍대앞에 '쌀집고양이'라는 공간을 열고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모임을 가졌던 박활민은
현재 하자센터의 새로운 커뮤니티 카페 '하하허허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LG텔레콤 카이홀맨부터 최근의 촛불소녀까지 대중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어온 작가는
정신의 불균형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삶 디자인'에 전념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박스안에 우리의 삶을 담았다.


삶 디자인에 대한 맘에 와닿는 글귀가 참으로 많았다.
'삶, 느끼지 못하는게 가장 큰 문제이다.'


당장 뭔가 해야할 것만 같은 마음속의 꿈틀거림이 생겼다.
그래. 나에게 필요한건 이런 뽐뿌질.
사람들에게 난 방랑자에 자유인이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정작 난 현실에 묶여 그에대한 환상만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의미하고 비인간적인 삶으로 내시간을 허비할 순 없다.'


일러스트레이터 유재선

페르시안 고양이 제이와 함께 살며 고양이 쿠션을 만든다.
또한 빈티지 인형을 파는 인형가게 사장님이자 오래된 그림동화책과 잡지를 수집하는 고서점 주인이기도 하다.
작가는 고양이를 의인화한 복고풍 캐릭터를 그리고 그들의 손에 빈티지 인형과 소품을 안겨줬다.


빈티지 느낌이 물씬나는 고양이 쿠션.


손에 들린 미키와 엠엔엠.


홍대골목에 나타난 올드스쿨 스타일의 고양이.


금속공예가 신유진

의지할 곳 없는 길고양이가 안쓰러운 마음에 한마리씩 입양하다 10마리가 되자
결국 마음속 꿈이었던 샴 고양이를 키울 수 없었던 사연으로
그들의 모습을 닮은 장신구를 만들어 간직했다.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줄무늬 옷을 입고 자유를 꿈꾸는 고양이의 모습을 빚어낸 빠삐용 고양이.


1관 전시를 보고 나오면 아까봤던 창틀의 고양이의 작가 김여옥 작가의 작품이 하나더 보인다.


화려한 유혹을 상징하는 양귀비꽃을 날개삼아 고양이의 몸에 달아주었다.


이제 2관으로 가보자!!


2관 입구에서 반겨주는 고양이 한마리.
전시장 안에도 여럿있네..


사진가 김하연

도시의 길고양이 사진에 담아내는 마음은 생명에 대한 연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늘 아름답지만은 않듯 그가 찍는 길고양이도 때론 외롭고, 아프고, 슬프다.
그 길고양이 사진들은 우리보다 낮은 곳에 소리 없이 살아가는 생명이 있음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깨운다.


사진 속 모델들은 그가 오랜 시간 교감해 온 '놀이터 고양이 3인방'.


호기심 많은 고양이이다.
몸을 길게 늘려 바짝 선 꼬리가 너무 귀엽다.


설치미술가 김경화

수많은 길고양이와 비둘기 조각으로 전시장을 뒤덮는 스펙터클한 설치작업을 주로 해왔다.
작가에게 길고양이란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오래된 것의 가치가 폄하되는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를 상징한다.


발로 건드릴까 싶어 조심조심 아래를 살피며 걷다 보면
길고양이 조각 사이로 지뢰처럼 촘촘히 심어둔 작가의 의중이 밟힌다.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의 동물들과 가까이 마주할 때
내가 발 딛고 선 땅에 인간만 살고 있는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것.
이는 작가가 수많은 길고양이와 비둘기를 우리 곁으로 불러낼 때 의도했던 효과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좋아 재미삼아 찾았던 전시에서
고양이의 매력과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변화에 대한 것들의 생각이 많아졌다.

집 근처에서 울고 있던 까만 냥이는 아직도 엄마를 찾고 있을까..
밥은 먹고 다닐까.. 걱정이 된다.



복도에 전시되어 있는 고양이.
'만지면 쉽게 다칩니다. 고양이는 절대 손으로 마지지 말아주세요.'란 문구가..
단지 이 설치물이 아닌 길가에 있는 고양이에게도 말하는것 같았다.


위트있는 그림. 트릭아트.


파란색 창이난 고양이 박물관.
멀리 고양이 가면이 보인다.


생각외의 볼거리들로 신이 난다.
알찬 전시 내용에 얼마나 신경 썼을까 싶은 정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참여 작가가 많다보니 그만큼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이들과 와서 그림을 그리는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따뜻했다.


귀여운 하품하는 고양이.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판매를 하고 있는거라고 하였다.


각자의 개성으로 만들어진 고양이 가면.
벽에 걸린것을 제외하고는 직접 써볼 수 있다.
전신 거울도 있으니 비춰보길..냐옹~


어머나!! 거울좀 치워~


고양이의 매력에 빠진 또 한명의 작가.
김래환작가의 낭만고양이의 자리찾기.


복도 중앙에 뒷짐을 지고 서있다.
근데 앞에서 봐도 뒤에서 봐도 고양이 얼굴이 있다.


자세히 보면 모든 고양이가 앞 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심성과 동물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하고자 양쪽에 두개의 얼굴을 만들었다고 한다.


길고양이 통신원 고경원님의 세번째 책인 작업실의 고양이 출간기념전.
전시에 참여한 15명의 작가들의 작업실 고양이를 볼수 있는 사진들이 있다.


그들은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작업으로 옮기고
그런 그들의 옆엔 항상 고양이가 함께하고 있다.


복도 끝엔 산토리니 언덕의 어느 길을 그려놓았다.
끝도 없이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길이 주는 기대감 같은 그런 전시였다.

2011.03.11~04.11
홍대 산토리니 서울.

Posted by inmory